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의미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주제입니다. 그러나 의학이 발전하면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자, 삶의 질과 존엄성에 대한 고민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임종을 앞둔 환자가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거부하고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의사를 생전에 미리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이 제도는 환자 본인이 아직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 스스로의 죽음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2018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법제화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미리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야말로 보다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길입니다. 이 글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개념, 법적 효력, 작성 방법, 절차와 주의사항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고자 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개념과 작성 절차
1. 정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연명의료 중단(혹은 시행하지 않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미리 문서로 명시한 제도입니다. 연명의료란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등의 치료를 말하며,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를 받지 않겠다는 선택을 미리 기록하는 것입니다.
2. 작성 자격
-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능
- 현재 건강상태나 질병 유무와 무관하게 등록 가능
- 등록기관을 통해 본인 직접 작성 (대리 작성 불가)
3. 작성 방법 및 절차
① 국가 지정 등록기관 방문 →
② 전문 상담사에게 제도 설명 듣기 (의무사항) →
③ 의향서 작성 및 서명 →
④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 완료
- 소요 시간: 약 30~60분
- 등록기관: 보건소, 지정 병원, 생명존중센터 등
4. 효력 발생 조건
- 담당 의사가 말기환자 혹은 임종기 환자로 진단
-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경우
- 의료진 2인의 판단 및 가족 확인 절차를 거쳐 발효
※ 본인이 직접 의사를 밝힐 수 있는 경우엔 문서 대신 구두 확인도 가능
5. 변경 및 철회
- 언제든지 의향서 수정 및 철회 가능
- 철회 시 등록기관에 재방문 또는 온라인 요청 가능
- 수정 후 재서명 필요
6. 유의사항
- 유언장과는 별개의 문서이며, 재산과는 무관
- 의료기관에 등록된 정보는 즉시 조회 가능
- 본인의 연명의료 거부 의사가 유가족의 동의 없이도 우선 적용됨
- 연명의료 거부 외에 장기기증 의사 병기 가능
가장 개인적인 결정, 그럼에도 꼭 준비해야 할 권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죽음을 앞두고 고통스럽게 연명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는 ‘죽음을 미리 정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준비’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의향서를 작성한 뒤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합니다. 남겨질 가족에게 중대한 결정을 떠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스스로 삶을 선택했다는 자긍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연한 두려움이나 절차의 복잡함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데 한 발 더 나아가기를 바랍니다.